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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전력망 등 수혜섹터 확대…"닷컴 때와는 다른 좋은 거품"

■AI 거품론에 반박하는 4가지 이유
1 빅테크 주도
구글·엔비디아 등 재무·실적 탄탄
2 폭발적 생산성 증가
G7 생산성 연간 1.3%P 향상 전망
3 AI 인프라 구축 초기
AI모델 고급화로 투자사이클 증가
4 금리인하 국면
인하 사이클 진입땐 중장기 상승

  • 조지원 기자
  • 2025-10-10 17: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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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거품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국내외 증시가 역대급 랠리를 이어가는 것은 AI 낙관론이 아직 우세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처럼 유동성과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 체감되는 기술 변화와 가시적인 수익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주가 수준만으로 거품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강하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8일 ‘아직은 거품이 아니다(Why we are not in a bubble…yet)’라는 보고서를 통해 ‘매그니피센트(M)7’의 24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7배로 ‘닷컴 버블’ 당시 상위 7개사 대비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거품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기술 거품을 ‘혁신→상승→과열→붕괴→회복’ 등 5단계로 구분했을 때 현재는 상승 국면에서 일부 과열 징후를 보이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시장에서 AI 투자 열풍을 2000년대 ‘닷컴 버블’ 때와 다르다고 보는 첫 번째 이유는 투자 주체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수익성이 없는 스타트업이 난립해 적절한 밸류에이션 측정 없이 주가가 급등했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데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 TV 광고에 쓰다가 나스닥 상장 10개월 만에 파산한 ‘펫츠닷컴’이 대표 사례다.

반면 AI 투자를 주도하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엔비디아 등 빅테크는 현금 보유량이 사상 최대인 데다 부채 비율도 낮다. 내부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하는 만큼 막대한 자본 지출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다. AI 기술 장벽이 높아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등장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AI 거품론을 반박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은 펫츠닷컴 같은 닷컴 버블 당시 신생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무적으로 훨씬 더 건전하고 자본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낙관론에 불을 지폈다.

최근 주가 상승분을 설명할 만큼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2만 원으로 제시하면서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73조 원으로 올해(34조 3000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도 54조 원에서 70조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두 번째는 AI 도입 속도와 생산성 향상 기대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가 모바일폰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와 인터넷·개인용컴퓨터가 각각 도입 10년 만에 채택률 23%, 40%에 도달한 반면 모바일폰은 60%로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보급됐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AI 채택률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인간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AI 특성을 고려하면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OECD는 향후 10년 동안 AI가 주요 7개국(G7)의 노동생산성을 연간 0.2%~1.3%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정했다.



AI는 이미 투자만으로 실물경제 성장을 이끄는 수준이다. 올해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AI 투자 항목으로 볼 수 있는 정보처리장비·소프트웨어 투자의 성장률 기여도는 1.0%포인트로 개인소비지출(PCE) 0.6%포인트를 앞질렀다.

메리 데일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경제학적으로 AI는 생산적인 결과물을 남기기 때문에 ‘좋은 거품(good bubble)’으로 볼 수 있다”며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아직 시작 단계라는 점도 거품을 단정하기 이르다고 보는 근거로 꼽힌다. 미국 투자은행(IB) 캔터피츠제럴드는 현재 수조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라며 엔비디아 목표 주가를 240달러에서 3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1주당 192.57달러로 이미 사상 최고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과잉 투자보다 과소 투자가 더 위험하다”며 막대한 투자를 감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수개월 내 추가적인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인프라가 데이터센터에서 전력망·보안 등으로 점차 확장하는 만큼 수혜 섹터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은 AI 모델 고급화로 전체 컴퓨팅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AI 투자 사이클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등 거시경제 환경도 주가 상승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통상 제로금리 시기에 관찰되는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금리를 내리기 전부터 나타났다. 금리 인하 사이클로 본격 진입하면 주가 상승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높은 건 저금리, 전 세계의 높은 저축률, 긴 경제 사이클로 모든 위험자산의 가치가 상승한 결과”라며 “성장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조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기술 섹터만 거품이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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