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반도체 장비 강자들을 제치고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단독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향후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에 핵심이 될 하이브리드본더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회사는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쌓은 역량을 내년 초 출시한 2세대 제품에 반영해 향후 이어질 양산 테스(095610)트에서도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HBM용 장비 시장을 수성하고자 하는 한미반도체(042700)는 테스, HPSP(403870) 등 전 공정 장비 기업들과 연이어 협력 전선을 구축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장비 시장으로 업역을 넓히는 LG전자(066570) 역시 국내 장비 기업 저스템(417840)과 손잡으면서 차세대 본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3파전이 가열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에 하이브리드본더 샘플 장비를 납품한 곳은 한화비전(489790)의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유일하다.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는 2022년 들여온 이 장비를 통해 성능, 안전성, 개선 사항 등을 연구해 왔다. 한화세미텍이 2026년 초 출시할 하이브리드본더 2세대 장비는 1세대 장비를 통해 SK하이닉스와 도출한 개선 사항 등이 반영됐다. 회사는 2세대 장비 역시 SK하이닉스에 샘플을 공급해 향후 이어질 본격적인 양산 퀄 테스트(품질 검증)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리드본더는 TC본더를 잇는 차세대 HBM 본딩 장비다. TC본더가 솔더볼(전기적 연결을 돕는 구형 뗌납)을 사이에 두고 칩을 결합하는 데 반해 하이브리드본더는 솔더볼 없이 칩과 칩을 직접 이어붙이는 하이브리드본딩에 쓰인다. 하이브리드본딩은 솔더볼이 없는 만큼 데이터 전달 속도를 높이고 반도체 패키징을 소형화하는데 유리하다. 세대가 갈 수록 HBM의 단수가 높아지는 상황과 맞물려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한화세미텍은 TC본더 경쟁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하이브리드본더 시장 개화를 앞두고 한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센서(CIS)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하이브리드본더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 베시와 ASMPT 역시 SK하이닉스에 샘플 장비 납품을 위한 사전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세미텍이 하이브리드본더 성능 면에서는 제일 앞서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내년 초 정도가 되면 SK하이닉스로도 어떤 장비를 주로 사용할 지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TC본더 시장을 리드해온 한미반도체는 차세대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하이브리드본더 개발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첫 제품 출시 시점이 다소 늦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공개한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테스와의 협력에 이어 또 다른 국내 기업 HPSP와도 협력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TC본더는 주로 반도체 후공정 기술만 요구됐지만 하이브리드본더를 만드는 데는 세정, 박막, 어닐링 등 전공정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과 기술 협력으로 개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본딩 장비 시장에 뛰어든 LG전자 역시 저스템과 손잡고 하이브리드본딩 장비 관련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ASMPT와 베시도 시스템반도체 영역에서 키운 하이브리드본더 기술을 메모리 영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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