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개천절과 추석, 한글날로 이어지는 연휴를 앞두고 역사상 최고점을 다시 한번 갈아치우며 축포를 터트렸습니다. 연휴 시작 직전일인 10월 2일, 지수는 첫 3500선을 뚫고 3549.28에 마감했는데요. 전체 시가총액도 2922조 2264억 원을 기록하면서 3000조 원 돌파까지 불과 약 78조 원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연초 이후 상승률 약 48%, 글로벌 주요국 1위에 오른 코스피 열차의 쾌속질주를 보면서 최근 증권사 전문가들이 쓴 분석 보고서들을 재차 살펴 봤습니다. 한달여 전 한 증권사는 올 코스피 최고치를 3252로 제시했네요. 3500선을 뚫기 불과 사흘 전 또다른 증권사에서는 10월 예상 밴드를 3200~3500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이들의 예상치를 보기 좋게 추월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조차 쉽지 않은 주가 예상이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또 한편으로는 단기 예측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코스피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또다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①전문가 3254 제시 한달여만에 3500선 '축포'
한화투자증권은 8월 말 ‘빠질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코스피의 올 해 최고치로 3254를 제시하고 “코스피가 에너지를 소진한 것 같다”는 총평을 내놨습니다. 그 이유로 당시 한미 정상회담이 정책 모멘텀의 정점이 될 것이며, 배당 세제와 관련한 기획재정부의 개정안이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이것이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도 9월 29일 낸 보고서에서 10월 코스피 예상 밴드를 3200~3500으로 제시했습니다. 그간 상승 동력이 돼 온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졌고, 한미 관세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게 문제가 될 것으로 관측했네요.
NH투자증권도 지난 한 주(9월 29일~10월 2일) 예상 밴드를 3200~3500으로 제시했습니다. 그 이유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②시장·경제·정치 모든 것 반영…AI도 힘든 단기 예측
당시 빗나간 보고서들을 읽어보니 증권사들의 분석은 그때 그때의 시장 분위기를 따라가며 후행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 많은 변수들에 노출되는 시장을 조금 협소하게 바라본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매일 단기적으로 예측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의 고달픈 숙명도 엿보입니다.
주가는 시장 그 자체는 물론 산업 동향, 현금 유동성·환율·금리 등 경제 전반을 반영하는 생물과도 같습니다. 또 정치, 사회, 국제 정세, 사람들의 심리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평가들을 접하면 증시를 단기적으로 예측하는 일은 너무 어렵고 어쩌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도 이르게 됩니다.
소위 주식을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투자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얘기합니다. 시장을 공부하고 산업을 분석해 좋은 기업을 택했다면, 그리고 목표가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설령 주가가 하락해도 기다릴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또 단기 저점과 고점에 목매지 않고 이것을 예측하려 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③S&P500처럼…코스피도 아시아 혁신 지수 꿈
이번에 다소 냉소적인 톤으로 글을 썼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당시 분석들이 우리 정부와 기업을 더 열심히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업 경영과 정책 입안의 혼선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따끔한 질책성 리포트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코스피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도 결론은 “알 수 없다”가 맞을 겁니다. 앞서서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수 많은 변수에 노출된 증시를 단기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수백 배 뛰어넘는 인공지능(AI) 조차도 생물처럼 움직이는 증시의 변화를 시시각각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해마다 시장에 풀리는 현금 유동성은 폭증하고 있으며, 좋은 지수는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을 배제해 왔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진리는 한 곳으로 모아집니다. 단기적 예측은 알 수 없지만 선진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1957년 탄생한 S&P500 지수는 미국에서 설립된 수 많은 혁신 기업들을 새롭게 승선시키고 경쟁에서 이탈한 기업들은 탈락시키면서 우상향 해왔습니다. 현재까지 S&P500 지수의 약 68년 간 누적 수익률은 약 1만 5142%, 연평균 7%가 넘습니다. 앞으로 더 선진화 될 코스피가 이번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S&P500처럼 아시아의 대표 혁신 지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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