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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에서 우주 투자까지…정부도 지원하는 '슈퍼리치 네트워크' 골드하우스를 가다

[富의 설계자, 패밀리오피스]
<1> 전세계 富 몰리는 싱가포르
美·佛·日 등 각국 고액자산가 모여
3~4일간 만나며 투자동향 등 논의
일반인 출입 제한한 '골드프릭스'선
긴밀한 프로젝트 대화 오가기도
정부는 금융산업 투자유치 기회로

  • 싱가포르=임세원 기자
  • 2025-10-13 17: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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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2일 골드하우스 주최로 한국 음식점 ‘꽃’ 에서 열린 투자자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골드하우스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원(F1) 개최국 싱가포르. F1 대회 사흘 전인 2일 오후 9시 싱가포르 시내 쇼핑몰이 몰려 있는 오차드 거리의 한국식 고급 레스토랑 꽃(COTE)은 일반 고객 출입이 금지됐다. 이날은 아시아 패밀리오피스 단체인 ‘골드하우스’가 F1의 후원을 받아 준비하는 투자자 만찬인 ‘골드 프릭스(GOLD PRIX)’가 열리기 때문이다. F1 결승전을 뜻하는 프릭스 이름을 딴 골드 프릭스는 F1을 관람하러 싱가포르에 온 고액 자산가들이 모이는 수십 개의 파티 중에서 단연 주목받는 행사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미국·프랑스·홍콩·아랍에미리트(UAE)·일본 등 각국에서 온 고액 자산가, 기관투자가, 벤처캐피털(VC) 관계자, 스타트업 창업가 등은 파티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이어갔다. 드레스코드로 파티에 걸맞은 복장을 요청한 골드하우스 측은 포토존을 설치했고 참석자들도 거리낌 없이 포즈를 취하는 등 서로가 익숙해 보였다.

기존 골드하우스 멤버는 회원임을 나타내는 황금색 배지를 달았지만 아직 회원이 아닌 경우도 초대를 받으면 참석할 수 있다. 이들 중 초면인 경우 서로의 국적보다는 주로 머무는 거주지를 묻고 곧바로 단순 출자자인지 운용사 역할을 함께하는지, 관심 있는 투자 대상은 무엇인지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들 중 일부는 이날 처음 만난 사이였고 대부분 국적이 달랐지만 혼맥으로 이어져 있거나 글로벌 대기업 오너의 자녀와 학맥으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고액 자산가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구글에 재직한 뒤 싱가포르에서 슈퍼카 유통 회사를 운영했던 한 회원은 “요즘 페라리 등 슈퍼카 시장이 좋지 않아 힘들다”고 푸념했지만 곧바로 맞은편에 앉은 일본 출신 호텔 창업가를 만나자 눈을 반짝이며 최근 고급 호텔 산업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그와 대화를 한 토미 레이 알리베이트 호스피탈리티 대표는 중국의 5대 호텔 그룹인 도센그룹 오너가인 엘런 쳉과 함께 호텔 사업 자문사를 세운 인물이다. 레이는 “두바이에서 현재까지 5개의 호텔 설립을 총괄 자문했다”면서 “하이엔드 호텔 산업은 중동을 중심으로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싱가포르 시청 옆에서 4일 열린 F1 대회의 경기 모습.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수많은 고액 자산가들이 싱가포르에 몰렸다. 사진=임세원 기자



골드하우스는 미국 투자 업계에서 자리잡은 아시아 패밀리오피스 인사들이 아시아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사회적 기여를 높이기 위해 아시아 창업가를 후원하는 한편 직접 골드하우스 벤처스를 만들어 투자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 존슨앤드존슨 패밀리오피스 출신으로 현재 골드하우스 벤처스를 이끄는 매건 루안 파트너는 “그동안 투자 업계에서 쌓은 네트워킹과 노하우로 아시아 창업가를 지원하는 활동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골드하우스 벤처스에는 한국 대기업도 투자자로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손잡고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자신들이 경영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마케팅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활용한다. 지난해 행사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참석했고 이미경 CJ 부회장도 두 차례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영화 평점 사이트로 유명한 로튼토마토의 창업자, 글로벌 자선 패션 행사인 멧 갈라 운영자 등도 참석했다. 이들의 대화 주제는 멧 갈라에 참석한 블랙핑크 리사의 드레스에서 시작됐지만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주제로 옮겨갔고 직전에 한국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에 이어 F1 행사 기간에 열린 ‘싱가포르 토큰 2049’로 이어졌다. 패밀리오피스들은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신흥 자산뿐 아니라 스페이스X 등 우주산업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등 투자 대상에 장벽이 없었다.

글로벌 투자 업계 분야에서 한국계로 명성이 높은 김엽 텍사스시립연금 최고투자담당자(CIO)도 이날 텍사스에서 날아왔다. 그는 “골드하우스의 정식 회원은 아니지만 종종 행사에 초대받는다”고 말했다.

골드하우스는 이날 행사를 비롯해 투자자 만찬, 미국 경제연구단체인 밀컨연구소 주최 포럼, 여성 투자자 티타임 등 최소 4차례 행사를 주관하며 회원 간 만남을 주선했다. 이날 파티 역시 전날 만찬에서 만난 참석자들이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면서 친밀감을 더해가는 모습이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켐 리안호 턴캐피털 파트너는 “고액 자산가 모임은 목적과 결과물이 뚜렷해야 한다”면서 “골드하우스의 장점은 3~4일간 회원들을 반복해서 만나고 주기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새롭게 나 자신을 소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심야 파티 형식이었던 이날 행사가 싱가포르의 투자 유치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개발위원회(EDB)의 공식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 같은 행사에 대해 투자를 유치하는 계기로 인식했다.

여성 투자자 모임에서 만난 세렌 켄 SG그로스캐피털 파트너는 “EDB가 투자자 네트워킹 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SG그로스캐피털 역시 EDB의 출자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샤론 림 싱가포르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은 “패밀리오피스는 싱가포르의 주요 투자자로 벤처협회의 분과를 맡고 있다”면서 “이들은 싱가포르의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만드는 주체이기 때문에 정부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에서 3일 골드하우스 주최로 열린 여성 투자자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골드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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