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국면에 본격 접어들자 높은 금리의 회사채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수요예측에서 기업의 애초 목표금액을 뛰어넘는 뭉칫돈이 들어오며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고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이인 가산금리도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5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를 뜻하는 가산금리(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최근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AA- 등급 무보증 3년 회사채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값을 기준으로 가산금리는 12일 47bp(1bp=0.01%포인트)까지 떨어져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앞서 8일에도 가산금리는 같은 수준까지 내려가는 등 이달 내내 연저점 부근에 있다.
연초 가산금리가 70bp에 가까웠다는 걸 감안하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보다 리스크가 당연히 높기 때문에 통상 국고채 금리에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가 성격의 ‘가산금리’를 더해서 회사채 발행금리를 결정한다. 따라서 가산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발행기업의 입지가 시장에서 우위임을 뜻한다.
최근 회사채 인기의 주된 원인은 금리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적인 반면 고용지표가 부진하자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을 포함해 연내 세 차례까지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부양도 시급한 과제인 만큼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진정될 조짐이 보일 경우 다음 달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회사채 발행물량이 연말로 갈수록 점점 줄어들 것이란 점 역시 발행시장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달 회사채 만기 도래량은 약 5조 5200억 원으로 집계된다. 10월은 4조 2100억 원, 11월은 2조 8200억 원, 12월은 1조 8700억 원으로 점점 규모가 줄어들다가 내년 1월에야 10조 8600억 원으로 급증하는 흐름을 보인다.
통상 11월 말부터는 회계연도 장부 결산(북클로징) 등으로 시장이 한산해지는 만큼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고 발행시장이 활기를 띨 때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수요예측에서 기업들은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4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돌아와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대한전선(001440)은 애초 2년물 300억 원, 3년물 500억 원 등 총 800억 원의 자금을 목표로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이보다 11배 이상 많은 8880억 원이 들어왔다.
롯데쇼핑(023530)의 경우 2년물 500억 원, 3년물 1000억 원으로 총 1500억 원 공모를 목표로 한 수요예측에 9700억 원의 뭉칫돈이 들어왔고, iM금융지주(139130)도 1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의 두 배 이상(2160억 원)의 자금이 모였다.
한화(000880), 현대제철(004020), GS에너지뿐 아니라 신용등급이 BBB+인 한진과 각각 해킹 사태와 그룹 내 잇단 인명사고라는 리스크가 있는 SK텔레콤(017670)과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까지 줄줄이 목표금액의 몇 배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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