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조선과 해운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조선업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영향으로 업황이 되살아난 반면, 해운업은 반짝 상승세를 탔다가 다시 하락세다. 구조조정을 마치고 인수합병(M&A)시장에 등장한 이들 기업에도 훈풍과 삭풍이 교차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지분 100% 매각을 추진중인 현대LNG해운은 국내외 두 곳의 물류기업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간략한 실사를 마치고 인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 계열 물류기업인 아시안벌크로지스틱스(ABL)가 실사를 진행 중이다. 두 기업 모두 해운업은 신규 진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종료 직후부터 이어지던 호황이 끝을 맞이하면서 해운사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해 해운 수요가 부진하고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으로 컨테이너운임지수는 2015년 11월 이후 9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현대LNG의 재무상황이 악화하는 점도 변수다. 신용평가사 자체적으로 기업 재무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시하는 ‘크레딧 트레커’에서 현대LNG해운이 ‘주의’에 해당하는 노란불이 뜬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LNG해운은 금융리스 부채가 수년간 4500억 원 대를 유지하다 신규 선박 발주를 위해 부채를 지난해 2조 7100억 원으로 늘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인 숫자 보다는 변화 양상을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일종의 조기 경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LNG해운의 고객사가 한국가스공사 위주에서 다변화된 점과 선박 교체로 운임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 밖에 한앤컴퍼니가 매각을 진행했던 SK해운은 HMM과 2조원 안팎의 협상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무산됐다.
반면 조선건조사와 기자재 업체는 몸값이 올라 매각을 일시 중단하는 등 상반된 모습이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KHI가 지분 100% 매각을 추진 중인 케이조선은 최근 간단한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발송하며 매각을 공식화했다. 매각가는 8000억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케이조선은 STX조선해양이던 2016년 법정관리 과정에서 유암코 컨소시엄이 2500억 원에 인수했다. 2023년 595억 적자에서 2024년 112억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 반기에는 4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암코는 선박용 발전 엔진을 만드는 STX엔진 지분 약 64%도 매각을 진행하다가 잠시 중단했다. 주가 상승으로 매각가가 너무 높아졌다는 인수후보들의 의견에 따라 일단 소수지분 매도를 통해 덩치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유암코는 지난해 9월부터 26일까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920만 주를 팔아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회수했다.
HJ중공업(097230)도 2000억 원의 투자유치를 진행하다 주당 8000원 선이던 주가가 3만 원 대로 뛰면서 기존 최대 주주인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대신 받았다. HJ중공업은 미국 해군과 11월 함정정비협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앞으로 미 해군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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