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배 수준인 저평가 기업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했지만 소액주주 반발, 지배구조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21일 “소위 PBR 0.1배에서 0.2배인 회사는 적대적 M&A 등을 통해 빨리 청산하면 이론적으로 10배 남는 장사 아니냐”며 “시장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대비 상장기업 수가 많은 만큼 저평가된 종목을 신속히 퇴출해 주가지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PBR이란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보통 1보다 낮을 경우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이 후보의 발언처럼 증시 활성화를 위해 저평가 문제 해결은 필수지만 적대적 M&A 등 강도 높은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재 PBR이 0.1~0.2배 수준인 롯데케미칼(011170)(0.17배), 현대제철(004020)(0.16배) 등 전통 제조 기업뿐만 아니라 롯데쇼핑(023530)(0.20배), 이마트(139480)(0.21배), 롯데하이마트(071840)(0.13배) 등 유통 대기업도 청산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 외 티와이홀딩스(363280)(0.11배), 한화생명(088350)(0.14배), 영풍(000670)(0.17배), 한진(002320)(0.19배), 한화손해보험(000370)(0.19배)도 해당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일부 회사들을 걸러내는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저PBR 자체가 관련 업종의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M&A 수요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또한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PBR이 낮은 종목들은 큰 틀에서 성장세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시장에서 바라보는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형성된 것이고 지배구조 문제로 인해 (M&A를 통한) 지분 경쟁 자체가 성립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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