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011200)이 최대 2조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임하고 공개매수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계획했던 기업가치 제고 방안 실행에 나서는 한편 장기간 자금 회수를 고민해 온 산업은행의 ‘엑시트 플랜’에 물꼬를 터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은 이르면 상반기 내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기로 하고 KB증권과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HMM은 올 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서 1년 내 2조 5000억 원 이상의 주주환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중 총 5286억 원의 배당금 지급이 완료될 예정인 가운데 나머지 재원 중 최대 2조 원은 자사주 매입에 쓸 것으로 관측된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은 주주 모두에게 평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 상장사인 HMM은 장내에서 자사주를 시가로 사들이는 방식과 공개매수로 취득하는 방식 등 두 가지를 활용할 수 있다. IB업계에선 HMM이 장내매수 보단 공개매수를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공개매수는 주주평등 원칙에 부합할 뿐 아니라 공공자금 회수까지 도울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주식 수가 늘고 덩치도 커진 HMM 경영권 매각이 어려워진 게 (자사주 공개매수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HMM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실행하면 현 시총 기준 11% 이상 지분을 회사가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대로 산은은 최소 4% 안팎 지분을 회사 측에 매각하면서 동시에 약 7200억 원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HMM이 공개매수 최대치를 실제 2조 원으로 설정하고 모든 주주가 청약에 나설시 안분비례가 적용된다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만약 해진공과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이 청약을 포기하면 산은의 자금 회수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공개매수 발표로 당장 주가가 튀어오르는 등 시장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IB 전문가들은 현 HMM 시총 대비 공개매수 금액이 무리한 수준이 아니며 안분비례 방식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 HMM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던 산은·해진공은 당시 하림그룹에 지분 57.9%를 6조 원대 초중반 가격에 팔기로 하고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산은·해진공이 보유해온 HMM 영구 전환사채(CB)가 보통주로 속속 전환되면서 양사의 합산 지분율도 71.69%로 크게 늘었다. 덩달아 HMM의 시가총액도 최근 17조 원 안팎까지 증가하면서 당장 경영권 매각은 더 쉽지 않게 됐다. HMM은 최근 SK해운 사업부 인수에도 다가서고 있어 회사의 덩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해운업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옛 현대상선(현 HMM)을 살려내기 위해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왔다. 특히 HMM이 2018~2020년 사이 산은·해진공에 발행한 영구채만 총 2조 6800억 원에 달한다. 만약 이번에 자사주 공개매수가 성공을 거두면 공공자금 회수의 신호탄 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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