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교환사채(EB) 발행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상법 개정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자사주 비중을 줄이기 위한 선제 전략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교환사채(EB) 발행액은 3조 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 2583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발행 건수 역시 76건으로 전년 동기(42건) 대비 큰 폭 증가했다.
EB는 발행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타기업 주가와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ㅇ채다. 자사주를 기반으로 발행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과 동시에 자사주 보유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정치권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하자 기업들이 EB 발행을 통해 자사주 활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EB 발행에 활용할 경우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자사주를 담보로 한 EB 발행은 주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4300억 원 규모 EB 발행 계획을 밝힌 KCC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75% 급락한 36만 8000원에 마감했다.
KCC는 자사주를 기초로 4300억 원 규모의 EB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B 발행과 함께 내년 1분기까지 자사주 35만 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또 자사주 30만 주는 사내 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는 방침이다. KCC는 “이번 자사주 활용 계획은 이익 환원과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 강화를 병행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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