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조기 상환 규모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조기 상환은 단순한 수익 지표를 넘어 투자심리 안정과 시장 회복 흐름을 가늠하는 중요한 신호로 평가된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ELB 조기 상환 규모는 2조 2410억 원으로 지난해 연말(1조 3268억 원) 대비 69%가량 증가했다. 특히 4월(1조 4120억 원), 5월(1조 6500억 원) 6월(2조 660억 원)로 올수록 뚜렷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ELS는 주로 코스피200·홍콩H지수·S&P500·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ELB는 ELS와 구조는 유사하지만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이 다르다.
ELS·ELB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사전에 정한 조건을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을 받고 만기 전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기초자산이 안정적이거나 상승세를 보일 때 주로 발생하며 시장 변동성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이 때문에 조기 상환 규모 증가는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코스피가 올 6월 3000 선을 돌파하고 미국 S&P500과 나스닥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ELS·ELB 조기 상환 회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조기 상환 회복은 ELS·ELB 발행 확대 움직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ELS·ELB 발행 총규모는 19조 9809억 원에 달했다. 증권사 입장에서 조기 상환은 실적 안정성과 직결된다. 조기 상환이 늘어날수록 수수료 수익을 조기에 인식할 수 있으며 운용과 헤지에 따른 리스크 부담도 줄어든다. 또 조기 상환 자금이 고객의 재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상품 회전율 확대와 유동성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올 상반기 조기 상환 증가세가 증권사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월평균 조기 상환액이 약 3조 1000억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ELS·ELB의 원금 손실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파생결합증권은 구조상 ‘녹인(Knock-in) 위험’이 존재한다. 녹인 배리어는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가 대비 일정 비율(보통 40~60%) 이하로 하락하는 구간을 뜻한다. 투자 기간 중 한 번이라도 이 구간에 진입하면 이후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더라도 만기에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홍콩H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2023년 말 ‘홍콩 ELS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 당국은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최근 ‘고난도 금융투자 상품 불완전판매 예방 종합 대책’을 통해 금융권의 투자자 적합성·적정성 평가 등 판매 규율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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