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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쓰는 대학, 연구자 해외로 내몰아…잘할 수 있는 분야 집중 투자를"

[창간 특별 인터뷰] 장하준 영국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
['인재 유출' 해법 제시]
의대열풍 국가 발전에 도움 안돼
이공계 전폭적 처우 개선 나서고
K컬처, 플랫폼 경제로 발전 모색
사회적 대타협…복지국가 전환을

  • 박정현 기자·임세원 기자
  • 2025-08-07 17: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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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영국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 연합뉴스


경제학자로 명성이 높고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장하준 런던대 교수는 학교를 졸업한 후 국내 대학에 적을 두지 않았다. 장 교수뿐 아니라 많은 인재가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 그는 대학이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장 교수는 5일 진행된 특별 인터뷰에서 “국내 대학이 오랜 전통과 자금을 보유한 미국의 대학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면서 “코닥 본사가 있던 미국의 로체스터대는 광학 분야만 집중해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고 소개했다.

의대 쏠림이 의료 산업 발전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청사진에도 그는 비판적이었다. 장 교수는 “한국의 인재들이 모두 의대를 희망하는 것은 과거 이공학 계열로 진학 시 제공하던 병역 특례 등의 혜택이 줄고 의사에게 부가 몰렸기 때문”이라며 “이공계 인재가 평생직장을 가질 수 있는 인센티브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어떤 나라도 의료 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규모가 미미하다”면서 “의료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도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제조업을 압도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영국을 기반으로 각국을 방문하는 그는 누구보다 K컬처의 열풍을 체감하고 있다. 장 교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부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BTS의 빌보드 1위까지 영화·드라마·K팝 등을 통해 이미 전 세계에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많이 퍼져 있다”고 놀라워했다. K콘텐츠 제작에 머물지 말고 플랫폼까지 영향력을 넓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대한 수익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맨땅에 헤딩’하는 자세로 플랫폼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 교수는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면 한국의 이미지 제고로 이어져 외교뿐만 아니라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장 교수는 한국의 ‘어두운 면’ 또한 돌아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남녀 임금격차 1위, 출생률 세계 최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멋진 나라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비참한 국가”라며 “빛과 그늘이 같은 역사의 뿌리에서 나온 만큼 왜 이런 나라가 됐나 성찰해야 한다”고 짚었다.

장 교수가 제안하는 궁극적인 해법은 바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이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단순히 성장률이라는 숫자보다 성장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를 확대하면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1970년대식 담론에서 이제 벗어나야 할 때”라며 “성장을 통해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기업 오너가 경영권을 승계하고 대신 복지 재원을 사회에 기여하는 ‘발렌베리식 해법’을 제언해왔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과거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엄청난 보조금을 받았고 정부가 수입을 금지하면서 키워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6대째 경영권을 유지하는 발렌베리 가문은 총수 3명이 가진 자산이 500억~600억 원이고 기업 이윤의 85%를 재단을 통해 인재 양성과 과학 발전 등에 쓴다”면서 “불행하게도 우리는 소위 진보라고 하는 분들이 재벌 가문을 부수겠다고 하고 반대쪽에서는 경영권을 지키려고 꼼수를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만든 기업인 만큼 ‘4세에는 안 물려주겠다’ 이런 것보다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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