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인허가·제재 권한 등 사실상 행정권을 부여하는 국정기획위원회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을 두고 위헌·위법 논란이 제기되자 금감원이 정면 반박에 나섰다. 금감원이 민간 기구이기는 하지만 공권력적 행정 권한을 부여받아 행사하는 데 헌법과 현행 법률상 근거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5일 정치권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향후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따른 금감원의 행정 권한 행사 가능성과 관련해 헌법, 정부조직법,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근거로 위헌·위법 소지가 없다는 내부 입장을 확립했다. 금감원은 향후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이를 설명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위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 이관하고, 감독 기능을 금감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원장·금감원장 겸임)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사실상 금융위가 맡아온 인허가·제재권이 금감원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기존 경제 부처 내부에서는 민간 기관인 금감원에 개인의 권리와 직결하는 행정 권한이 과도하게 이관돼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반발이 나왔다.
금감원은 우선 금감원의 행정권 행사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한 헌법 66조 4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헌법의 정부는 정부조직법과 특별법상의 정부 부처·조직을 넘어 특별법상 공법인(금감원·한국은행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정부’를 의미하기에 위헌 논리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2021년 헌법재판소도 법률로서 행정 각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된 행정기관 설치가 헌법상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행 행정절차법이 법령에 의해 행정 권한을 부여받거나 위임·위탁받은 기관 등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것도 민간 기구인 금감원이 인허가·제재 같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는 지점이다. 금융위설치법 등에 따라 행정 권한을 부여받은 금감원이 이 같은 행정청에 해당한다는 해석 때문이다.
강현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장은 사인(私人)이지만 배 위에서 법률로서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아 행사한다”며 “금감원은 법률로서 특수법인으로 설치해 권한을 주고 있기에 정부조직법과 분리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제처도 2021년 발간한 행정기본법 조문별 해설서에서 금감원을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감독 기관으로서 행정청에 해당하는 예시로 제시했다. 한은이 금융기관 지급준비금 부족 시 신규 대출·투자 금지 권한을 행사하거나, 한국방송공사가 방송 수신료 연체 시 가산금 징수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금감원도 현행 체제에서도 금융회사 제재 조치 등 공권력적 행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헌법과 법률상 금감원의 행정권 행사 근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국정위가 보고한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이달 중 확정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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