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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보다 채권자 역할 치중…수출벤처 대표 과수원 가압류한 산은 [스타트업 스트리트]

회생 개시 앞두고 서둘러 법적 조치
여신 아닌 투자금까지 상환금액 설정
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 사태'와 유사
VC들은 "자금 회수보다 회생 도울 것"

  • 류석 기자
  • 2025-05-21 17: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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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 벤처투자실이 경영상 애로를 겪다 회생을 신청한 벤처기업을 상대로 무리한 투자금 및 차입금 회수 작업에 나서면서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에 대표이사 개인이 보유한 재산에 대한 가압류까지 걸면서, 함께 회사를 살릴 주주 역할보다는 자금 회수만 바라보는 채권자 역할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벤처투자실은 지난 4월 초 법원에 스마트폰 필름·테이프 제조사인 켐코의 고세윤 대표가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산은의 가압류 신청을 최근 인용했고, 고 대표는 해당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과 권리를 당분간 잃게 됐다. 해당 부동산은 고 대표가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던 과수원 부지다.

산은이 가압류를 신청한 것은 켐코가 지난 2월 법원에 법인회생을 신청해서다. 산은은 2018년 켐코에 15억 원을 투자해 지분 6.57%를 보유하고 있다. 켐코의 회생 신청으로 투자금 손실이 예상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대표 개인의 부동산에까지 가압류를 건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켐코가 사전통지와 투자자 동의 없이 회생을 신청해 주식인수계약서 위반으로 경영정상화 계획 제출을 요청했으나 회신이 없어, 계약 불이행에 따른 조치로 경영지배인에게 주식매수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켐코는 지난 4월 16일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켐코는 오는 8월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이후 최종 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고 대표는 "산은의 가압류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스럽다"면서 "앞으로 회생 절차를 잘 준비해 회사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켐코가 회생 절차에 접어들게 된 것은 산업용 기능성 점착테이프의 시장 상황이 최근 들어 급변한 영향이 크다. 한때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국내 주요 전자제품, 스마트폰 기업들의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켐코가 야심차게 출시한 탄소저감 고기능성 필름과 테이프가 기대만큼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도 요인 중 하나다.



보통의 벤처캐피털(VC)들은 투자한 기업의 회생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대표이사 개인이 보유한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거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산은은 은행 입장에서 투자를 집행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기관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신한지주(055550) 계열 투자사인 신한캐피탈이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 창업자의 자택에 대해 가압류를 건 것과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또 산은이 해당 가압류를 걸 수 있었던 것은 켐코에 대해 투자뿐 아니라 여신도 실행했기 때문이다. 켐코는 산은으로부터 15억 원의 투자금과 함께 약 11억 5800만 원의 운용자금 대출도 받았다. 당시 고 대표는 산은으로부터 회사 대출을 받으면서 약 7억 6500만 원에 대한 개인 지급보증을 설정했다.

문제는 산은이 가압류를 걸면서 상환받아야 할 금액을 약 39억 8500만 원으로 설정한 점이다. 해당 금액에는 여신 금액에 대한 이자 등 제반 비용뿐 아니라 15억 원의 투자금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투자금도 여신의 한 종류로 본 것이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산은의 경우 벤처투자실에서 투자를 집행하더라도, 해당 투자금에 대해선 여신으로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스타트업들은 사실상 산은의 투자금을 대출 성격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켐코에 투자한 다른 벤처캐피털(VC)들은 당장의 투자금 회수보다는 회사를 함께 살리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켐코에 투자한 VC로는 TS인베스트먼트(246690), 서울투자파트너스 등이 있다. 한 VC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대표이사 개인 재산에 가압류를 거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면서 "회사가 회생 절차에 들어간 만큼,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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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1 (장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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