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유망소비재가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수산식품, 화장품, 의약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유망소비재 수출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한류 효과를 바탕으로 라면과 김 같은 농수산식품, 중소·인디 뷰티 브랜드 화장품이 두각을 나타냈으며,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입증된 의약품은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해외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5조 달러 규모의 전 세계 유망소비재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은 1% 미만에 그쳤다. 우리나라 소비재 입지를 확대하려면 기업들의 안정적인 네트워크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 특성상 한계가 있다. 대체로 중소기업은 신규 바이어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해외 마케팅을 전담할 인력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데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유통망을 갖춘 간접 채널을 활용해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유통망 및 브랜드 인지도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재외동포 경제인, 즉 한상(韓商)을 활용하는 것은 기업에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한상(韓商)은 해외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한민족 상인을 의미한다. 이들은 동포애 기반의 개방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국내기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상은 도소매 유통망을 보유하고 현지 시장 환경에 밝은 데다, 미국·중국·일본·캐나다 등 주요 소비재 시장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어 국내기업의 현지 진출 파트너로서 강점이 있다.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상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시장조사 단계에서 한상을 통해 현지 정보를 수집하거나 판촉 행사를 열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할 수 있다. 수출 과정에서는 한상의 물류·유통망을 활용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으며, 마케팅 측면에서는 현지 한상 네트워크를 활용한 오프라인 이벤트, 현지 언어 및 문화에 최적화된 광고·SNS 마케팅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컨설팅을 통해 제품 현지화 및 리브랜딩, 물류·법률·세무 등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유치 측면에서는 한상을 통해 초기 자본을 지원받거나 한상과의 공동투자로 사업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앞으로 글로벌 소비재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지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포지셔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유통망을 보유한 한상은 국내기업들에 실질적인 대안이자 핵심 파트너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한상을 활용한 협력 방식이 단순히 동포애에 기대는 방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신뢰는 명확한 계약을 기반으로 구축되어야 하며, 한상 유통망 역시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기업과 한상 간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상 연계 지원 플랫폼의 고도화와 민관 연계 투자 유인책 강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