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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만 5억장' 리멤버, 해외에 팔린다는데…개인정보 유출 위험 점검해야[이충희의 쓰리포인트]

①리멤버 품는 EQT, 전세계서 300개 기업 지분 보유
②리멤버, 시장·여론조사 업체 등 자회사로 6곳 편입
③자신도 모르게 명함 등록…해외 유출 없게 관리 필요

  • 이충희 기자
  • 2025-08-16 21: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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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형 사모펀드(PEF)인 EQT파트너스가 국내 최대 명함 애플리케이션 운영사인 리멤버앤컴퍼니의 경영권을 기업가치 5000억 원을 매겨 인수한다. 리멤버가 국내에서 개인 명함을 5억 장 이상 보유하고 앱의 실 가입자 수도 500만 명이나 유치한 것이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현재 EQT는 매각 측인 토종 PEF 아크앤파트너스와 경영권 지분 47%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가진 회사가 해외로 팔려나가는데 대한 걱정도 있다. 국내 직장인 중 절반 이상이 리멤버 앱 가입자인데다 이들이 비즈니스 미팅으로 수집하고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앱에 등록한 재계 최고경영자(CEO), 일반 임직원들까지 수백만 명의 명함을 모두 리멤버 측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명함에는 개인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직장명과 직장 주소·전화번호 등이 기록돼 있어 회사가 개인의 신상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특히 리멤버는 시장·여론조사 업체 여러곳을 자회사로 보유하는 등 개인 정보를 활용한 사업 확장 채비도 속속 갖춰나가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변동 시도를 계기로 리멤버의 개인정보 활용 관련 사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멤버 앱 화면.


①리멤버 품는 EQT, 전세계서 300개 기업 지분 보유

이번에 리멤버를 인수하는 PEF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가 소재한 EQT파트너스다. 현재 유럽과 미국,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도시에 총 22개 이상의 오피스를 두고 있다.

EQT는 조성해둔 펀드를 통해 전세계에서 총 300개 기업의 경영권 지분 등에 투자했으며 이들 기업의 총자산은 2690억 유로(약 436조 원)가 넘는다. 전세계 PEF 중에서도 초대형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에서는 2023년 SK쉴더스 경영권을 사들였다. 지난해엔 환경·폐기물 처리 관련사 KJ환경을 약 1조 원에 인수한 뒤 최근 이 분야에서 볼트온 투자(Bolt On·연관 업종 추가 인수)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까지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더존비즈온 경영권 인수도 추진해왔다. 김용우 회장(21.51%) 지분을 포함해 시장에 풀려 있는 잔여지분까지 모두 공개매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가격 협상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업체인 더존비즈온과 리멤버를 동시에 보유할 시 사업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QT가 이처럼 한국에서 대형 거래를 잇따라 추진할 수 있는 건 매우 큰 펀드를 보유해서다. 신규 조성하고 있는 125억 달러(약 17조 3700억 원) 규모 아시아 바이아웃(Buy Out·경영권 인수) 펀드 조성이 올 해 마무리될 전망이다.

EQT파트너스 홈페이지.


②리멤버, 시장·여론조사 업체 등 자회사로 6곳 편입

리멤버는 자체 보유한 엄청난 회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등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현재 회사는 각종 자문, 시장·여론조사 업체 등을 포함해 총 6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에만 이안손앤컴퍼니, 브리스캔영어쏘시에이츠, 프로써치코리아 등 3개 회사의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이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여론조사·헤드헌팅 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속속 갖춰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68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396억 원 대비 72% 이상 급증했다. 리멤버의 주요 매출은 이른바 채용솔루션과 마켓솔루션 등 두 곳으로부터 비롯된다.

채용솔루션 부문은 회사가 보유한 인재풀을 활용해 경력직 핵심 인재 채용을 돕는 ‘리멤버 채용플랫폼’이 사업의 근간이 된다. 또 국내 최대 신입 채용 플랫폼인 ‘자소설닷컴’과 국내 최대 규모의 헤드헌팅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헤드헌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리멤버 측의 설명이다.

마켓솔루션은 데이터 기반의 B2B 마케팅 사업이다. 직장인 회원과 데이터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타깃 광고, 타깃 시장조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기업이 고객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리멤버앤컴퍼니 2024년 감사보고서 발췌.


③자신도 모르게 명함 등록…해외 유출 없게 관리 필요

문제는 앞으로 해외의 대형 PEF가 앞으로는 국내 수백만 직장인 개인정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정점에 위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리멤버가 EQT의 지휘를 받아 개인 정보를 EQT가 보유한 다른 회사로 유출한다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된다. EQT가 국내외에서 경영권을 보유한 기업이 매우 많은 만큼 당국의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리멤버 측이 지금도 이미 개인정보보호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한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상대방에게 건넨 명함이 자신도 모르게 리멤버 앱에 등록돼 있는 경우 이를 저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 주체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인정보보호는 국무총리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되고 자동으로 재분류돼 마케팅에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리멤버 측은 회사가 보유한 회원 정보가 해외로 이관되거나 국외에서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은 매우 명확하다고 밝혔다. 리멤버 관계자는 “회원 정보는 모두 대한민국 내에서만 저장돼 있고 자사에서만 접근할 수 있다”며 “해외 PEF (주주사) 변경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국외로 이전되거나 국외에서 접근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의 변경은 경영권 및 지분 구조의 변동일 뿐 개인정보의 양도가 아니다”면서 “개인정보 처리와 보호에 관련 법률 준수 의무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 취득을 통해 매년 국가 기관의 심사를 통한 관련 법령 준수 및 정보보호 안전성에 대한 검증받고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령 준수와 시스템 유지에 전사가 만전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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