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로 촉발된 ‘검은 금요일’ 이후 위축된 흐름을 보이던 국내 증시가 일 평균 거래대금 30조 원을 돌파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는 양상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9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대비 5.0% 증가한 23조 799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가 4년여만에 사상 최고치 경신에 성공한 10일에는 29조 590억 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4조 2800억 원(17.3%)가량 거래대금이 급증했다. 11일에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31조 453억 원, 12일에는 31조 9753억 원으로 더욱 늘어나는 모양새다.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30조 원 선을 넘어선 건 증시 급락과 코스피 장기박스권을 유발한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7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가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본격 랠리를 시작한 10일부터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유가증권시장의 10∼12일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 1943억 원으로 직전 7거래일(9월 1∼9일) 평균보다 57.1% 많았다. 넥스트레이드도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8조 5440억 원으로 51.1% 늘었고 코스닥은 7조 9549억 원으로 거래대금이 29.2% 증가했다.
증시 대기 자금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11일 기준 71조 118억 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7.1% 증가했다. 다만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공매도 대기 자금도 급증세를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 대차거래 잔고는 지난달 말 대비 9.3% 증가한 105조 2165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신뢰가 재확인되면서 정책 모멘텀(동력)이 회복된 가운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재개된다면 코스피는 현재보다 연말 레벨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금이 대안을 찾아 세계 금융시장을 떠돌고 있다. 7월에는 미국 기술주, 8월에는 항셍·닛케이 강세가 돋보였는데 뚜렷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투자대안으로 선택된 모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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