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 정부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그간 삼성·LG 등 글로벌 제조기업 유치에 집중했던 주 정부들이 최근 들어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려 현지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상무국(Arizona Commerce Authority, ACA)은 지난 1일 국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펜벤처스코리아’를 K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한국 사무소 공식 운영사로 지정했다. 국내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미국 주정부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 스타트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설립된 펜벤처스코리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초격차 1000+ 프로젝트’와 '아기유니콘 200 글로벌 IR 프로그램' 등 주관 기관으로 활동하며 다수 기업의 글로벌 진출 파트너로서 역량을 쌓아왔다.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컨설팅이 가능한 만큼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에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명수 펜벤처스코리아 대표는 “애리조나주가 항공우주·드론, 반도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혁신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애리조나 외에도 뉴욕, 네바다, 워싱턴DC 등도 한국 스타트업 유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주 정부가 한국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초기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고부가가치 산업군의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 수요가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이미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성과 기술력을 검증 받은 경우가 많아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 스타트업이 인공지능(AI)·데이터·우주항공·방산·친환경 에너지 등 미국 주 정부가 선호하는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 중기부의 올해 해외 벤처캐피털(VC) 대상 글로벌펀드 조성 지역별 신청 현황을 보면 미국 VC가 28개사로 가장 많다. 이어 아시아 27개사, 유럽 및 중동 19개사, 중국 5개사 순이다. 특히 미국 VC의 신청 건수는 2023년 13개사에서 올해 28개사로 115% 급증하며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회장은 “텍사스 오스틴 등 한국 기업이 활발히 진출한 지역의 주정부들이 최근 한국 스타트업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접촉해오고 있다”며 “이제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파트너는 민간을 넘어 정부와 공공기관까지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유치나 현지 기업 입수합병(M&A) 등에서 나아가 각국 지방 정부와의 직접 연계를 통한 방식이 새로운 글로벌 진출 루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각종 규제 해소와 세제 혜택 등도 기대할 수 있어 스타트업의 글로벌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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