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90%의 손실을 감내하고 캐나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의 지분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원적 사업 경쟁력 확보에 나선 SK(034730)이노베이션이 600억 원가량의 손실을 감수하는 한편 화학 사업 확대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29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SK이노의 석유화학 부문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최근 캐나다 페트칩 생산 회사인 루프인더스트리 지분 417만 2706주를 모두 처분했다. SK지오센트릭은 393만 5376주를 다니엘 솔리미타 루프인더스트리의 창업자에게 매각했고 나머지 지분은 시장에서 매도했다.
총매각액은 60억 원 수준에 그쳐 90%에 달하는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보통주와 신주인수권 등을 통해 루프인더스트리에 650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9.9%를 확보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루프인더스트리 주가는 2021년 주당 8~9달러에서 최근 1.2달러까지 급락하며 90%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3년 말 울산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클러스터(ARC)를 착공하며 폐플라스틱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 등 3대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SK지오센트릭은 각 사업별로 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1조 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루프인더스트리는 해중합 프로젝트 파트너였다. 해중합이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한 뒤 다시 융합하는 재활용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맞자 SK그룹은 울산에 대규모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를 짓겠다는 SK지오센트릭의 계획도 올스톱 시켰다.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SK는 석화 부문 구조조정을 적극 검토 중이다.
SK지오센트릭이 투자 지분 거의 전체를 손절하다시피 한 것 역시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의 재편이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兆)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사업 재편을 통한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90% 손실을 감내하면서 일부 지분이라도 현금화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5월 박상규 사장을 전격 교체하며 투입된 장용호 총괄사장이 강도 높은 사업 재편에 힘을 쏟고 있다. 장 사장은 이달 초 개최한 직원 대상 타운홀미팅에서 2026년까지 회사 부채 8조 원을 감축하고 영업이익 증대와 신용등급 상향을 주력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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