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 자회사인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설이 재차 힘을 받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유보하고 지분 30%를 재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을 추진하는 것은 SK온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회사는 각각 전기차 배터리와 전기차용 윤활유 및 열관리 솔루션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전기화 중심의 시너지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돼왔다. 지난해에도 합병설이 나왔으나 당시에는 재무적투자자(FI) 측의 반대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25일 공시에서 SK온과 SK엔무브 합병설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포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양사가 실제 합병되면 SK온의 재무 부담은 한층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SK엔무브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왔다. SK엔무브는 현재 글로벌 OEM에 전기차 윤활유를 공급하고 있다. 또 차량용 냉매와 냉난방공조(HVAC) 등 전기차 특화 열관리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가 개발 중인 액침냉각 기술은 SK온의 전기차 배터리와 ESS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향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 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업황 악화로 연간 영업이익이 6875억 원까지 줄었으나 수익성은 여전히 탄탄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반면 SK온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 865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적자가 커지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51%를 기록했다. 경쟁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99.23%)과 삼성SDI(89.02%)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것도 양사 합병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기존 계획대로 SK온과 SK엔무브를 각각 증시에 올리게 되면 중복 상장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