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고리즘을 이용한 고빈도 매매(HFT)가 급증하면서 자본시장법 등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 당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올해 3월 대체거래소(ATS) 출범 이후 알고리즘 거래가 확대되면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도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은애 수석조사역은 금감원이 직접 발행하는 학술지 ‘금융감독연구’에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규제에 관한 고찰’ 논문을 게재하면서 “현재 거래소 업무 규정으로 자율 규제 방식인 고빈도 및 알고리즘 거래 관련 규제를 자본시장법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관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ATS 출범 이후 당국 내부에서 HFT에 대한 법적 규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HFT 매매는 거래 주문 관련 의사결정을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빈번하게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단순히 기술적 사항만 관리하다가 2023년 업무 규정을 개정해 고속 알고리즘 거래자의 사전 등록·신고 등을 도입하면서 자율 규율에 나섰다. 자본시장법은 아직 HFT 거래와 관련해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태다.
문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으로 HFT 매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HFT 거래 대금 규모는 한국거래소가 규제 도입 이후 집계를 시작한 첫해 2023년 1647조 4390억 원에서 지난해 2072조 7047억 원으로 25.81% 급증했다. ATS가 도입되면서 거래소 간 거래 시간, 호가 방식 등 매매 체결 속도 차이를 이용한 HFT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HFT가 활발해질수록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매우 빠른 속도로 대량 거래를 반복 처리하는 만큼 짧은 시간에 피해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2023년 1월 HFT를 통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이유로 홍콩 소재 시타델증권사에 첫 과징금 118억 원을 부과하는 등 적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시세조종이나 부정 거래 등을 현행 자본시장법 규정을 통해 제재할 수 있지만 현재 판례가 고의 등 주관적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과징금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는 등 한계도 있다. 이에 학계에서도 규제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수석조사역은 “한국거래소 업무 규정은 공익적인 성격이 있어도 본질적으로는 자치법규로 약관 성질이 있다”며 “ATS 출범 등으로 알고리즘 거래 확대가 예상돼 위험성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법상 강제력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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