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미국 부동산 펀드가 다음 달 현지 차입금 대출 만기를 앞두고 임대차 연장에 실패하며 5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원금 손실 위험에 처했다. 올 11월에는 환 헤지 계약 만기도 예정돼 있어 최악의 경우 원금 손실과 함께 연 이자율 15%에 달하는 지연 손해금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전날 ‘하나대체투자미국부동산투자신탁1호(파생형)’ 펀드가 원금 손실 위험에 처했다고 공시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다음 달 30일 대출 만기를 앞두고 임차사 대표에 부동산 자산 임대차 조기 연장을 두 차례 요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2020년 미국 부동산 펀드 설정 당시 투자 신탁을 통해 조달한 약 3610만 달러(약 501억 원)에 미국 현지에서 빌린 5500만 달러(약 763억 원)를 더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레거시 센트럴4 오피스 빌딩을 사들였다. 해당 오피스 빌딩은 삼성전자 북미 지역 법인이 2030년 1월 말까지 책임 임차(마스터 리스)하고 있는 지상 2층 건물로 대지 면적과 임대 면적은 각 1만 4899평과 6068평에 달한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당초 2026년 펀드 만기 도래 전에 센트럴4 오피스 빌딩을 매각해 자본 차익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미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계획이 꼬였다. 지난해 매각 비용 확보를 위해 이익 분배금(배당) 유보도 결정하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펀드 설정 시점 대비 부동산 자산 가치도 많이 하락한 상황이라 리파이낸싱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탓에 강제 집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대출 채권 제3자 매각 시 신규 대주는 대출 연장보다 강제 집행을 결정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만기일에 대출 원금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주의 담보 자산과 현지 법인 지분에 대한 강제집행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 헤지 계약 만기가 곧 도래한다는 점도 문제다. 해당 펀드는 설정 당시 환 헤지 비율을 100%로 설정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계약 당시 1000원대에서 1400원대로 급등한 탓에 정산금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환 헤지 계약 만기인 올 11월 4일까지 약 469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못할 경우 예상 정산금은 100억 원(원·달러 환율을 1400원이라 가정)이 넘는다. 정산금이 발생하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연 15% 수준의 연체 이자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부동산 전문 브로커인 JLL을 선임해 리파이낸싱을 재검토하고 대주 측과 대출 조건 변경 협의를 하는 한편 은행과 환 헤지 정산 논의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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