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처음으로 국내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메리츠의 강점이던 부동산금융 분야에서 기업금융 분야로 투자은행(IB)업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행보다.
11일 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메리츠화재와 함께 최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의 3호 펀드에 총 150억 원의 출자 약정을 체결했다. 메리츠화재가 100억 원, 메리츠증권이 50억 원을 출자한다. 메리츠증권의 국내 PEF 출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 초 3호 펀드 조성을 시작한 글랜우드PE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낸 끝에 최근 1조 1000억 원 규모로 1차 펀딩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메리츠증권은 운용 능력이 검증된 토종 사모펀드를 첫 출자 대상으로 낙점하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투자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메리츠증권은 올 한 해 PEF에 출자할 한도액으로 총 500억 원을 설정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아울러 또 다른 국내 PEF의 신규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확정하지 않고 조성하는 대형 펀드)에도 100억 원 규모로 출자하기로 하고 내부에서 막판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PEF 출자 사업은 미래에셋증권과 BNK투자증권을 거쳐 지난해 말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한 김미정 종합금융본부 본부장(전무)이 주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3형제’가 대규모 공동투자하며 부동산 IB 분야에서 우수한 실적을 달성해왔다. 빠른 의사 결정과 정확한 심사를 바탕으로 급전이 필요한 부동산 업계에 자금줄을 공급해 이 시장의 구원투수라는 별칭도 얻었다. 관련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 롯데건설(1조 5000억 원), 2024년 홈플러스(1조 3000억 원) 등 부동산이 기반인 대형 기업금융 거래를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메리츠증권이 PEF 출자를 본격 시작한 것은 부동산 분야에서 벗어나 기업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위해 업계 1세대인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를 상임 고문직으로 올 초 영입했다.
회사는 이번 PEF 출자를 바탕으로 일단 인수합병(M&A) 거래에 수반되는 인수금융 사업을 활발히 전개할 예정이다. PEF 운용사들은 증권사로부터 100억~200억 원씩 PEF 출자를 받은 뒤 M&A 거래를 할 때 출자한 증권사에 인수금융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메리츠증권은 인수금융 외에도 기업을 상대로 하는 독창적인 구조화 금융상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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