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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6명 내년 3월 임기만료…양측, 이사회 장악 또 난타전 예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년] <상> 끝 안 보이는 경영권 다툼
집중투표제·3%룰 등 편법 동원
崔측, 이사진 11대 4 구도로 재편
영풍·MBK, 내년 과반 차지 별러
"고려아연 해외에 조인트벤처 설립
3자배정 유증통해 우군확보" 관측

  • 이충희 기자
  • 2025-09-08 16: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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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3일 영풍·MBK파트너스의 깜짝 공개매수로 촉발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는 지난한 싸움 끝에 임시 주주총회와 정기 주총을 통해 이사진을 11대4 구도로 만들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가 6명인 가운데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려는 MBK에 맞서 최 회장 측은 각종 변칙 전략을 쓰며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현재 이사회 구성원 총수를 19인으로 두고 있다. 최 회장을 비롯해 박기덕·정태웅 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황덕남 의장 등 8인의 사외이사까지 총 11명이 최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에 맞서는 영풍·MBK 측은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권광석 사외이사 등 3명과 기존의 장형진 영풍 고문까지 총 4명이 이사회에 진입해 있다. 그 외에 최 회장 측 이사들 총 4명이 법원에 의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처럼 이사회 구성이 원만한 합의를 보기 힘든 구조가 되면서 신속한 경영 판단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올 5월 1분기 경영 실적 보고와 관련한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이때 상정된 각 안건마다 양측이 부딪힌 흔적이 발견된다. 당시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선임의 건에서 11대4로 완전히 표결이 갈렸다. 영풍·MBK 측이 회사에 회계 자료 등의 정보 제공을 요청한 건에 대해서도 최 회장 측 이사들이 무더기 반대표를 행사하며 이를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이사회 갈등은 고려아연이 올해 6월 캐나다의 업체인 더메탈컴퍼니(TMC)에 약 1165억 원을 투자한 건을 두고 더욱 강하게 촉발됐다. 경영진은 이번 투자 건을 이사회 안건에 부치지 않고 단행했는데 영풍·MBK가 사후 이사회에서 정보 제공을 요구하며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는 회사가 그간 검증되지 않은 투자 건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어온 점을 우려한다”면서 “이 같은 깜깜이 투자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풍·MBK가 이사회 영향력을 조금씩 넓혀감에 따라 고려아연의 경영 선진화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기존 최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던 고려아연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와 3%룰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편법’을 동원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고려아연은 2조 5000억 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여론과 금융 당국의 집중포화를 맞고 철회하기도 했다. 주주 희생으로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져버린다는 지적도 나와 올 7월 국회에서 처리된 상법 개정안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양측은 지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지난해 공개매수를 통해 ‘쩐의 전쟁’을 펼쳤다. 공개매수 가격은 66만 원→75만 원→83만 원→89만 원까지 올라갔고 분쟁 전 60만 원대였던 주가는 장중 240만 7000원까지 오를 정도로 과열됐다. 영풍·MBK는 총 2조 5107억 원을 투입했고 최 회장 측은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 총 3조 6852억 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영풍·MBK가 이사회 과반 시도를 꾸준히 노릴 것이라는 점, 최 회장 측이 변칙 전략을 활용해 이를 무력화할 카드를 다수 내놓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사회 장악 다툼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 측은 올해 초 경영권을 빼앗길 위험에 처하자 탈법과 추후 조사 가능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주총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택했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앞으로도 언제든 변화무쌍한 전략을 내고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을 막는 데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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