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식 투자자들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미래 비전에 점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미국 경제 매체인 CNBC가 2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그간 머스크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기대하며 매출과 이익 부진에 눈감아 왔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달 23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테슬라가 곧 자율주행차가 돼, 차주가 잠자는 동안에도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서 시작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올해 말까지 “규제 승인을 전제로” 미국 인구의 절반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이 같은 장밋빛 미래에 반응하지 않은채 다음날 테슬라 주가는 8% 급락을 맞이했다. 투자자들은 중국발 저가 전기차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한편 머스크에 대한 정치적 반감으로 미국과 유럽 내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고 CNBC는 짚었다.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테슬라는 올 2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줄었다고 밝혔다. 유럽은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도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머스크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트럼프 관세로 “향후 몇 분기 동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루 뒤 주가가 3.5% 반등했으나 주간 전체로는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22% 하락하며 빅테크 중 최악의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주간 1%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특히 올 들어 약 9%나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캐너코드 제뉴이티 분석가들은 “시간이 지나면 테슬라는 미래지향적 기회들로부터 충분히 이익을 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당장 눈앞의 성장도 원한다. 손익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투자은행 제프리는 테슬라의 이번 실적 발표를 “다소 지루했다”고 평가했으며 골드만삭스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이 “아직 규모가 작고, 기술적 데이터나 성과도 제한적”이라고 일갈했다.
머스크는 그간 몇 차례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저렴한 전기차 등의 비전을 제시하며 주주들을 설득하고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공언한 자율주행은 여러 차례 연기 끝에 미국에서는 구글 웨이모, 중국에서는 바이두의 아폴로 고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테슬라는 내부적으로 이번 주말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고 알렸으나 확인 결과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호출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허가를 신청도 하지 않았다는 게 CNBC의 지적이다.
한편 같은 날 구글은 실적 발표에서 웨이모가 공공도로에서 1억 마일(약 1억 6000㎞) 이상의 자율주행 주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는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10개 이상의 도시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는 등 성장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어느 때보다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머스크는 25일 소셜미디어(SNS) 엑스에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언젠가 20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실적 발표에서는 “자율주행차에 있어 테슬라는 구글보다 훨씬 앞서 있고 현실 세계 AI에서는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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