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한 롯데쇼핑이 지분 절반을 매각해 최소 2000억 원의 자금 확보를 모색한다. 롯데쇼핑은 비효율 점포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장기화 되면서 선제적인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롯데카드 매각 과정에서 지분 10% 동반 매각을 하기로 했다. 다만 본입찰 참여자의 가격 조건에 따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지분 20%에 대한 매각을 결정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롯데카드를 통한 매출과 고객 관리, 데이터 등의 시너지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절반만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계약 조건에 따라 최종 인수후보의 조건을 받아 본 뒤 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롯데쇼핑은 2019년 MBK파트너스에 롯데카드를 매각할 당시 주주간계약을 통해 동반매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매각을 논의하는 이유는 선제적으로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부진한 10여 개 점포의 매각이나 폐점, 용도전환 등을 진행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사실상 매각을 포기한 상황으로, 임대를 늘려 점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컨설팅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까지 회생 과정에서 매물로 나오면서 롯데쇼핑 점포 매각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 밖에 롯데쇼핑은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고객 플필먼트 센터를 전국 6곳에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쇼핑몰은 타임빌라스로 재편하고 백화점 리뉴얼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어서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이 필요하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의 완전한 매각 보다는 일부 지분을 남겨 매각 흥행과 사업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롯데카드 인수자는 롯데쇼핑을 통해 롯데백화점과 아울렛, 롯데마트와 롯데슈퍼,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 이커머스 계열사인 롯데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롯데카드의 멤버십 사업인 L.POINT(엘포인트)를 통해 롯데쇼핑과 연계한 공동 마케팅도 펼칠 수 있다. 특히 롯데카드의 고객은 연간 소득 6000만 원 이상이어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롯데카드 매각 주관사인 UBS는 20곳 이상의 주요 인수후보에게 간략한 투자설명서인 티저레터를 발송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입찰을 거쳐 연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과 KB금융지주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보고 있다. 한때 삼성카드도 초기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고 카카오뱅크·네이버페이 등도 후보 물망에 오르내렸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롯데’ 브랜드는 매각 시점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인수자에 따라 계속 ‘롯데카드’라는 이름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MBK는 지난 2019년 5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함께 롯데카드 지분 79.83%를 약 1조 3810억 원에 사들였다. MBK의 희망 매각가는 2조 7000억~2조 8000억 원 이지만, 시장에서는 인수 후보들이 2조 원 초중반을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어 실제 매각가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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