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CGC)가 상법 개정안 입법 추진과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한국 진출 움직임에 대비해 기업 자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에 더해 강력한 규제가 예고되면서 기업들의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12일 서울 강남구 율촌 본사에서 만난 오용석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장은 “복수의 일본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해왔다”며 상법 개정안 통과를 앞둔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오 센터장은 30년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 분야 규제업무를 담당했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도 한국에서 행동주의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지TV를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인 글로벌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는 이미 한국 사무실을 열고 콜마홀딩스 지분을 취득한 상황이다. 문성 부센터장은 “달튼인베스트먼트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원으로도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강성부 펀드로 유명한 KCGI, 얼라인파트너스 등이 주도해 설립한 단체다. 문 부센터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주주권행사팀장, KDB대우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CJ 등에서 사내 변호사로 근무하며 기업 지배구조와 규제 대응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상륙, 진출 타진 소식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측면에선 기회이자 기업에게는 위기 요인이다. 오 센터장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기 차익에 집중해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위춘재 부센터장은 “2세 승계를 앞둔 중견기업들은 대주주 지분율이 30~40%에 불과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 전체로 확대되면 대표소송도 급증할 전망이다. 위 부센터장은 인수합병 관련 상법·자본시장법 전문가이자 일본 최대 법무법인 니시무라 아사히에서도 근무해 해외 법률 검토 실무에도 강점이 있다.
사모펀드(PEF)의 적대적 M&A 증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 부센터장은 “시가총액이 낮고 경영권이 취약한 상장사가 타깃이 될 수 있다”며 “국내 기관투자자(LP)와 달리 해외 LP들은 적대적 M&A를 문제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해외 LP를 등에 업은 글로벌 PEF의 국내 상장사 공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활발한 움직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율촌은 이사회 내 특별위원회 설치, 주주 소통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 부센터장은 자회사 상장을 준비하는 한 기업 사례를 들며 “중복상장으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특별위원회 도입, 소액주주 의사 확인, 법무·회계법인 타당성 의견서 확보 등을 다방면으로 검토해 제안했다”며 “기업들도 법률 리스크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꼼꼼한 사전 대비로 율촌은 올 초 주주총회 자문 기업 7곳 중 6곳에서 회사 측 안건 찬성을 이끌어냈다. 나머지 한 곳은 주총을 불과 2주 앞두고 타 법무법인에서 맡던 건을 수임하는 바람에 주총소집결의 전 안건 사전 검토가 불가능했다. 높은 성과에 삼일PwC 거버넌스센터, KB증권 인수합병(M&A) 본부 등 협업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위 부센터장은 “많은 중견·중소기업이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은 알면서도 사내 법무팀 등 인프라가 부족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필요하다면 이들의 실질적 법무팀 역할도 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리스크 대응에 최전선에 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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